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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식증의 정신분석/정신과 민성길교수

등록일자
2003-07-30

대식증의 정신분석

우리가 무엇을 먹는다는 것은 생명유지를 위한 본능적 행동의 하나이며 다른 행동과 같이 사랑과 의존 내지 대인관계의 요소도 중요하게 들어가 있다. 즉 음식은 어머니의 젖과 같은 것으로 사랑과 동일시되며 어머니에 대한 거부나 사랑의 거부는 흔히 어린이들의 식사투정에서 보듯이 음식거부로 나타난다.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즐겁게 식사한다는 것은 단순히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 이상의 정신적인 의미까지도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음식섭취량은 크게 정신적 요인(음식을 보고 냄새를 맡거나 주관적인 식욕감 및 감정상태)과 신체적 요인(혈당과 인슐린수치, 탄수화물 섭취 및 대사율 등) 등에 의해 정해진다. 음식섭취가 에너지 소비(운동과 대사량)보다 상대적으로 크며 체중이 증가하고 그 반대면 체중이 감소한다.
이러한 식사행위의 현저한 장애인 있는 과식증과 폭식증 등은 정신과에서는 식사 및 섭식장애의 범주에 넣고 신경성대식증이라 하여 하나의 정신과적 질환으로 치료하고 있다.
신경성 대식증은, 식사를 안하려는 신경성 식욕부진증과 더불어 청소년기나 20대에 시작되며 대체로 만성화 경향을 보이는 장애이다. 최근에 들어 우리나라에서 다이어트 열풍과 더불어 급격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신경성 대식증(대식증)

신경성 대식증은 빨리 다량의 음식을 먹는 것이 특징이다. 많이 먹어서 복통과 구역질이 날 때까지 먹는다. 또 이렇게 많이 먹은 후에는 곧 후회하고, 이전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고, 또한 남들에게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토하거나 설사제나 이뇨제를 복용하여, 체내 음식물 흡수를 막으려고 한다. 이러한 행동을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반복하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죄책감과 자기혐오감 및 우울증으로 괴로워한다.

정신과에서는 일정 진단표(DSM-Ⅳ)에 의해 적어도 일주일에 2번씩, 3개월간 지속하여 폭식과 구토가 있을 때 신경성 대식증으로 진단하고 치료하고 있다. 신경성 대식증은 신경성 식욕부진증(식사를 거절함)보다 더 빈번하며, 주로 여성에게서 많이 보이고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에서 주로 빈발한다. 젊은 여성의 1∼3%가 이러한 증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여대생의 40%에서 폭식이나 구토나 설사제 복용 등을 경험한 바 있다고 한다.

원인

우선 생물학적 요인으로 뇌의 여러 신경전달 물질이 관여한다고 추정하는데 그 중에서도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항우울제의 치료효과를 감안할 때, 세로토닌이라는 뇌신경전달 물질이 신경성 대식증과 많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혈청내 엔돌핀(Endorphine) 수치가 증가되어 있는 환자들 중 토한 후에 편안함을 느낀다고 말하는 것으로 미루어 신경성 대식증이 엔돌핀 상승과도 관련되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정신적 요인으로 신경성 대식증 환자들은 외향적이고 쉽게 화를 내고 충동적인 면과 함께 알코올 의존성과 자살시도 등 대체로 정서불안이 많다. 특히, 대식증 환자들은 충동자제가 잘 안 되는데 이는 과거에 부모(특히 어머니)와 헤어지는데 문제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즉, 성장과정에서 부모들을 사고나 이혼, 우울증 등으로 잃었을 경우 자신을 지켜주고 사랑해줄 울타리를 상실했다는 불안감과 스트레스 및 욕구불만을 음식물 섭취로 해소하는 것이다. 또한 성장과장에서 ‘이행대상’(Transitional Object)이 없었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즉 한 명의 독립적인 인격체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애정을 투사할 수 있는 다른 사람, 곰인형, 애완동물 등 어떠한 객체(이행대상)를 가지지 못했거나 상실했을 때 음식물 섭취를 대체물로 찾을 경우에 대식증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사회적 요인으로서, 신경성 대식증 환자들은 가족간의 갈등이 많아, 예를 들어 자신의 부모는 자기에게 무관심하고 거부적이라고 진료실에서 털어놓은 경우가 많아, 원만한 사회관계 부족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원인인 것 같다.

주요 증상

신경성 대식증 환자들은 특징적으로 대개 남이 모르게 달고 칼로리가 높으면서 삼키기 쉬운 음식물을 다량으로 한두 시간에 걸쳐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을 보인다. 먹고 난 다음 환자는 자거나 손가락을 입에 넣어 구토를 유도하다 입안내 상처나 충치 및 손등에 흉터를 남기기도 한다. 먹고 난 후 환자는 체중증가가 무서워 설사제나 이뇨제를 남용하고 격렬한 운동을 실시하여 체중은 대개 정상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거식증 환자보다 대식증 환자들은 성적으로 적극적이며 자신의 성적매력을 지키고자 한다. 주변시선을 상당히 의식하나 충동적인 성격으로 대인관계가 그리 좋지 못하다.
상당수에서 폭식후 충동적으로 음식과 옷이나 보석류를 훔치는 도벽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폭식이 오래되면 환자들은 잦은 구토와 하제남용으로 인한 체내 저칼륨혈증의 전해질 불균형과 급성 위확장, 치과질환 및 이하선 확대, 식도외상, 불균칙한 월경장애 등 여타 신체질환을 나타난다. 따라서 조기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그러나 환자 자신도 이것이 병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자제하기 힘들기 때문에 주변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치료

이들은 다행히 폭식하는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환자 본인은 물론 주변의 인지와 권유로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보다 빨리 자발적으로 치료를 원하는 경향을 보인다.
치료는 정신상담치료와 인지행동치료 및 집단치료, 약물치료가 병행된다. 대부분의 신경성 대식증 환자들은 입원치료를 필요치 않다. 다만 자제할 수 없는 심한 폭식과 자살 및 약물남용 등이 있을 때는 입원이 필요하다. 또한 신경성 대식증 환자들은 폭식 외에 다른 정신과 질환인 기분장애의 하나인 조울증과 우울증의 양극성 장애와 불안장애의 동반하는 수가 많아 종합적인 정신과적 치료계획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요즈음에는 약물치료기술이 발달하여, 본인이 치료받으려는 의지가 강하고 주변의 도움이 적절하다면, 정신과 치료로 용이하게 회복할 수 있다. 어른들이 야단치는 것은 자포자기감만 악화시켜, 예후를 나쁘게 만든다.

글_정신과 민성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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